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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 다비드

초고층에 무단 거주 한 멋진 마을
"다비드의 탑이라는 뜻의 [토레 다비드]는 남미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중심부에 서 있는 45층짜리 초고층 건물이다. 1994년 베네수엘라에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건설이 중단되어 20여 년 째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다. 이 건물은 2007년 카라카스의 집 잃은 빈민들에 의해 무단으로 점유되었고, 이후 그들에 의해 즉흥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이 만들어지거나 끊임없이 개조되면서 현재는 약 750개 이상의 가구가 살고 있는 주택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수직형 빈민가라고 부른다. 알프레도 브릴렘버그와 후베르트 클룸프너를 비롯한 어반 싱크 탱크라는 건축 집단은 이 실패한 개발 프로젝트 [토레 다비드]에서 지역 사회를 위한 실험실을 발견했다. 이 책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한 도시의 새로운 촉매제가 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거대한 실험 보고서이자 르포 다큐멘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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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NE ONE

 전쟁 전에 지어진 고집스럽고 낡은 건물들 위에 도사린 급수탑, 그보다 더 높이 솟아 있는 육중한 중앙 환기장치 같은 것들. 힘겹게 솟아 있는 고층 건물들 위에 똬리를 틀고 웅크린 환기장치들은 밖으로 밀려 나온 창자처럼 번들거렸다. 방수포로 마감한 임대주택의 지붕들. 가끔 계절에 맞지 않는 비치 의자가 반으로 접혀서 자갈밭에 서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저 아래 거리에서 돌풍에 휘말려 올라온 것 같았다. 저 의자의 주인이 누굴까? 그 사람은 도시의 구석진 곳들을 자신의 영역으로 확보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계단 입구 위의 슬로건들을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형광 페인트로 쓴 위협적인 말과 자기들끼리 통하는 언어로 된 선언. 다시 말해서 무능한 혁명가들의 흔적이었다. 창문마다 열려 있거나 반쯤 열렸거나 닫혀 있는 블라인드와 커튼이 펀치카드의 구멍 같았다. 아무 표시도 없는 어딘가의 쓰레기 매립지에 죽어서 묻혀 있는 컴퓨터 본체만이 그 암호를 해독할 수 있을 것이다. 창문에는 이 도시 시민들의 모습이 조각조각 전시되어 있었다. 불합리한 추론을 좋아하는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 같았다. 도시 골퍼가 가느다란 줄무늬 옷을 입은 양다리를 쫙 벌려서 여과기 안에 집어넣고 있었다. 청록색 재킷을 입은 여자의 몸통 절반이 사다리꼴 창문을 통해 언뜻 보였다. 티타늄 책상 위에서는 누군가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욕실의 올록볼록한 유리 뒤편에서 그림자 하나가 움직이고,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수증기가 슬금슬금 흘러나왔다. 그는 옛날 모습, 옛날 스카이라인을 떠올렸다. 맨해튼섬 여기저기에서 건물들이 서로 충돌했다. 수직으로 야심차게 뻗은 고층 건물들은 작은 건물에 굴욕을 안기고, 서로의 그림자 속에서 샐쭉해졌다. 필연성이 임기를 모르는 시장처럼 군림했다. 한때 유명했던 건축가들이 탄생시켜 멋들어진 이름을 지어준 어제의 승리자들은 내연기관이 내뿜는 검댕과 발전된 건축 기술에 모욕당했다. 세월이 우아한 석조 조각품을 끌처럼 두드려댄 탓에, 그 세공품들이 가루와 조각으로...

zero

  - 선생님. 세영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응? -저 사실 제이디 스미스 안 좋아해요. -그래? - 저는 사실 제이디 스미스를 존나 싫어하는 편이에요. - 아, 그래? 그랬구나. 미안. 내가 센스가 없었네. - 아뇨, 괜찮습니다. 세영이가 커다란 웨지감자 하나를 포크로 찍어 입에 쑤셔 넣었다. - 어 이거 맛있네요. - 그래? 다행이다.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 여기 자주 오세요?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 아니, 처음이야. - 아..... 세영이가 꼬았던 다리를 푼 다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 세영이는 그럼 무슨 소설을 좋아해? 어떤 소설가를 좋아해? - 저요? 스페인 문학이요. - 그래? 스페인 문학 어떤 거? - 세르반테스......... 망할 년. 빌어먹을 년. 빌어먹을 망할 년. 그날의 만남은 나의 완벽한 패배였다. 나는 나의 판단력에 대해서...... 아니 나의 판단력이 문제가 아니다. 박세영이가 나를 가지고 논 것이다. 박세영이가 처음부터 나를 엿을 먹이려고 펼친 작전에 내가 놀아난 것이다. 처음부터, 그 애가 나를 노리고 작전을 펼친 것이다. 제임스 스미스의 책을 팔락거리며 귀엽게 갸웃거리는 제스처에 내가 홀딱 넘어간 것이다. 오, 개같은 망할 년. - 김사과, 영 zero. p 59~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