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마다 독특한 음색을 갖고 있다. 마찰에 의해 나는 소리는 아니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바람일 수도 있다. 심지어 방음 처리가 된 공간에 들어가도 무언가가 느껴진다. 대단하다. 건물을 설계할 때 침묵 속의 건물을 상상해 보라. 정말 근사하다. 건물을 최대한 조용한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는 워낙 소음이 많아서 그렇게 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곳은 소음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소음이 많은 지역에서 조용한 공간을 만들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건물은 비율과 재료에 따라 고요함 속에서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pp.29-31 「공간의 소리」
- 선생님. 세영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응? -저 사실 제이디 스미스 안 좋아해요. -그래? - 저는 사실 제이디 스미스를 존나 싫어하는 편이에요. - 아, 그래? 그랬구나. 미안. 내가 센스가 없었네. - 아뇨, 괜찮습니다. 세영이가 커다란 웨지감자 하나를 포크로 찍어 입에 쑤셔 넣었다. - 어 이거 맛있네요. - 그래? 다행이다.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 여기 자주 오세요?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 아니, 처음이야. - 아..... 세영이가 꼬았던 다리를 푼 다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 세영이는 그럼 무슨 소설을 좋아해? 어떤 소설가를 좋아해? - 저요? 스페인 문학이요. - 그래? 스페인 문학 어떤 거? - 세르반테스......... 망할 년. 빌어먹을 년. 빌어먹을 망할 년. 그날의 만남은 나의 완벽한 패배였다. 나는 나의 판단력에 대해서...... 아니 나의 판단력이 문제가 아니다. 박세영이가 나를 가지고 논 것이다. 박세영이가 처음부터 나를 엿을 먹이려고 펼친 작전에 내가 놀아난 것이다. 처음부터, 그 애가 나를 노리고 작전을 펼친 것이다. 제임스 스미스의 책을 팔락거리며 귀엽게 갸웃거리는 제스처에 내가 홀딱 넘어간 것이다. 오, 개같은 망할 년. - 김사과, 영 zero. p 59~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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