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세영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응?
-저 사실 제이디 스미스 안 좋아해요.
-그래?
- 저는 사실 제이디 스미스를 존나 싫어하는 편이에요.
- 아, 그래? 그랬구나. 미안. 내가 센스가 없었네.
- 아뇨, 괜찮습니다.
세영이가 커다란 웨지감자 하나를 포크로 찍어 입에 쑤셔 넣었다.
- 어 이거 맛있네요.
- 그래? 다행이다.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 여기 자주 오세요?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 아니, 처음이야.
- 아.....
세영이가 꼬았던 다리를 푼 다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 세영이는 그럼 무슨 소설을 좋아해? 어떤 소설가를 좋아해?
- 저요? 스페인 문학이요.
- 그래? 스페인 문학 어떤 거?
- 세르반테스.........
망할 년. 빌어먹을 년. 빌어먹을 망할 년. 그날의 만남은 나의 완벽한 패배였다. 나는 나의 판단력에 대해서......
아니 나의 판단력이 문제가 아니다. 박세영이가 나를 가지고 논 것이다. 박세영이가 처음부터 나를 엿을 먹이려고
펼친 작전에 내가 놀아난 것이다. 처음부터, 그 애가 나를 노리고 작전을 펼친 것이다. 제임스 스미스의 책을 팔락거리며 귀엽게 갸웃거리는 제스처에 내가 홀딱 넘어간 것이다. 오, 개같은 망할 년.
- 김사과, 영 zero. p 59~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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