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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쟁' 중에서

"....엄청난 양의 박테리아가 신체 내부에서 스멀스멀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 때는 이미 늦는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이 박테리아들은 완강한 저항을 경험했을 터인데, 지금은 이들을 멈추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찾아볼 수 없다. 박테리아 무리는 어두침침하고 습기 가득한 몸속으로 더 깊이 파고 들어간다. 하버스 관, 리베르퀸 선, 랑게르한스 섬, 콩팥의 사구체 주머니, 척수의 흉부 핵 후벽, 중뇌의 검은 물질. 이들은 이미 박동을 멈추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온전하게 남아 있는 심장에 다다른다. 움직임을 멈춘 심장은 일꾼들이 서둘러 지나간 공사장처럼 썰렁하다. 어둠이 깔린 숲을 향해 헤드라이트를 켠 채 멈추어 서 있는 트럭들, 텅 비어 있는 황량한 막사들, 사람을 가득 싣고 산꼭대기로 오르다 멈춰버린 케이블카처럼 보인다.
 생명이 몸을 빠져나간 그 순간, 몸은 죽음의 세계에 속하게 된다. 램프와 슈트케이스, 담요와 문손잡이, 그리고 창문들. 흙과 수렁. 강과 산. 구름과 하늘. 이런 것들은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이렇게 우리는 생명을 머금지 않은, 죽음의 세계에 속하는 온갖 물건과 현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잘 살아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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