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자연에 대한 묘사를 통해서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 문학의 전통을 봤을 때, 윌리엄 포크너나 애니 프루, 메릴린 로빈슨, 코맥 매카시처럼 말이다. 인물의 내면을 외부의 풍경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가 숲이나 물가를 묘사할 때 주인공의 마음 상태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고 사실 예술조차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이 원래 그러한 방식일 뿐이니까. 자연에는 그 어떤 가치판단이나 호오, 선악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숲이나 강을 완전히 중립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우리의 마음이 끼어들어 원래 거기 없던 것을 읽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환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당연하게도 주인공의 마음이 드러나게 될 수밖에 없다. 세상에 픽션이란 없다. 무엇이든, 우리 무의식의 구조물이다."_데이비드 밴, 2014, 「씨네21」
- 선생님. 세영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응? -저 사실 제이디 스미스 안 좋아해요. -그래? - 저는 사실 제이디 스미스를 존나 싫어하는 편이에요. - 아, 그래? 그랬구나. 미안. 내가 센스가 없었네. - 아뇨, 괜찮습니다. 세영이가 커다란 웨지감자 하나를 포크로 찍어 입에 쑤셔 넣었다. - 어 이거 맛있네요. - 그래? 다행이다.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 여기 자주 오세요?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 아니, 처음이야. - 아..... 세영이가 꼬았던 다리를 푼 다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 세영이는 그럼 무슨 소설을 좋아해? 어떤 소설가를 좋아해? - 저요? 스페인 문학이요. - 그래? 스페인 문학 어떤 거? - 세르반테스......... 망할 년. 빌어먹을 년. 빌어먹을 망할 년. 그날의 만남은 나의 완벽한 패배였다. 나는 나의 판단력에 대해서...... 아니 나의 판단력이 문제가 아니다. 박세영이가 나를 가지고 논 것이다. 박세영이가 처음부터 나를 엿을 먹이려고 펼친 작전에 내가 놀아난 것이다. 처음부터, 그 애가 나를 노리고 작전을 펼친 것이다. 제임스 스미스의 책을 팔락거리며 귀엽게 갸웃거리는 제스처에 내가 홀딱 넘어간 것이다. 오, 개같은 망할 년. - 김사과, 영 zero. p 59~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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